오늘은 일본의 대표 극작가 이노우에 히사시의 마지막 작품 <나무 위의 군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이노우에 히사시(井上 ひさし, Inoue Hisashi)
이노우에 히사시(1934-2010)는 일본을 대표하는 극작가입니다. 약사였던 그의 아버지는 농업개혁 운동에 참여하고 지역 극단을 관리하기도 하였는데 이노우에는 이런 아버지의 영향을 받으며 자라났습니다. 그러나 이노우에가 5살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이후 가톨릭 수도회 라살회의 고아원에 맡겨져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은 이노우에게 11세에 끝이 났는데 어린 시절 겪었던 전쟁의 경험은 이후 이노우에의 글쓰기에 영향을 주었고 반전 관점을 키워주었습니다.
고아원 신부님의 추천으로 조치대학 문학부 독일문학과에 입학하였지만 독일어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2년간 휴학을 하며 이와테 현 가마이시에 있는 요양소에서 일하며 학비를 마련했습니다. 이후 프랑스어로 전과하고 복학하면서 재학 중에 아사쿠사의 한 극장에서 대본을 쓰며 문학 경력을 시작하였습니다.
1964년 졸업 후에는 방송작가로 활동하며 5년간 방영된 국민 인기 프로그램 인형극 <횻코리효탄지마(ひょっこりひょうたん島)>의 각본가로 일하였고 1970년에는 <네코자라시의 11인(ネコジャラ市の11人)>을 집필했습니다.
1969년 첫 희곡 <일본인의 배꼽(日本人のへそ)>을 쓴 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희곡 집필을 시작하여 소설과 수필 등 활동 범위를 넓혔습니다. 1983년 이노우에는 자신의 연극을 공연하기 위해 고마츠자(Komatsuza)라는 극단을 결성했습니다.
이노우에는 아사히 상, 요리우리문학상, 일본 SF대상,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 마이니치 예술상 등 다수의 상을 받았으며 일본 문예가협회 이사, 일본 극작가협회 이사 등을 역임했습니다.
그는 하루에 40개비의 담배를 피우는 애연가였는데 결국 2009년 10월 폐암으로 진단받고 치료를 받다 2010년 4월 9일 사망합니다.
이노우에 히사시의 『나무 위의 군대(木の上の軍隊)』
『나무 위의 군대』는 1954년 4월 태평양 전쟁의 막바지 오키나와에서 미군의 공격을 피해 거대한 나무에 올라가 일본의 패전도 모른 채 1947년 3월까지 약 2년 동안 가쥬마루 나무 위에 숨어서 살아남은 두 병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연극 작품입니다.
이노우에 히사시는 신문기사를 통해 두 군인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고 1985년 무렵 이 실화를 소재로 한 연극을 구상하여 1990년 무대에 올릴 예정이었습니다. 작품 홍보 포스터와 무대 세트까지 디자인 준비되었지만 대본을 완성시키지 못해 공연 직전 취소됩니다. 이노우에는 그 이후에도 오키나와를 방문하는 등 희곡 구상을 위한 준비를 하였고 2009년 10월 폐암이 발견된 후에도 병상 주위에 자료를 쌓아 올리며 2010년 7월에 예정된 연극을 위해 집필을 계속하였지만 2010년 4월에 사망하게 되면서 작품을 완성하지 못하였습니다.
이노우에 사망 이후 당시 촉망받던 극작가 호라이 류타(蓬莱竜太)가 이노우에 히사시의 원안을 가지고 극작가 쿠리야마 타미야와 합작하여 완성해 2013년 초연을 올렸습니다.
<나무 위의 군대> 줄거리
오키나와 이에지마에서 일본군은 미군과의 격렬한 교전 끝에 타격을 받고 베테랑 병사인 '상관'과 자신의 고향 오키나와를 지키기 위해 입대한 젊은 지원병 '신병'은 적의 격렬한 총격 속에서 숲 속으로 도망쳐 거대한 나무 위로 몸을 숨깁니다. 굵은 가지에 잎이 자라는 용수나무는 그들이 숨어있기 좋은 장소가 되었습니다.
연락 수단도 없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지원군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끊임없이 기다리며 낮에는 적국의 야영지를 감시하고, 밤에는 식량을 구하러 내려오는 생활을 합니다. 어느덧 나무 위에서 두 번째 겨울을 맞이하고 어느 날 두 사람 앞에 편지가 놓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일본의 최후의 방어선이었던 '오키나와'
독립국가였던 오키나와는 1879년 메이지 시대일본 제국에 병합되었습니다. 태평양 전쟁 시기 미군은 일본 본토를 공격하기 위해 오키나와를 점령하려 했고, 일본은 오키나와를 최후의 방어선으로 삼고 오키나와 주민을 총동원하며 방어전을 펼쳤습니다.
일본군 총사령부는 옥처럼 아름답게 부서진다는 뜻으로 대의나 충절을 위한 죽음을 이르는 '옥쇄(玉碎)'라는 미명 하에 오키나와 주민들에게 강제 집단 자살을 강요하거나 총알받이로 내세웠습니다. 전쟁 이후 칼과 끈으로 서로를 죽인 처참한 시체들이 무더기로 발견되었고, 태평양전쟁으로 인해 오키나와의 주민들은 당시 인구의 삼분의 일인 12만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제2차 세계 대전 종전 후 오키나와는 27년간 미국이 통치하였고 1972년 다시 일본으로 귀속되었지만 아직까지 오키나와 전체 면적의 18%를 미군 기지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노우에 히사시의 마지막 작품 <나무 위의 군대>를 살펴보았습니다. 일본군에 의해 희생당한 오키나와의 주민들의 비극적인 모습이 안타깝네요. 연극 <나무 위의 군대>를 통해 전쟁의 무익함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 자료 출처]
WIKIPEDIA | Hisashi Inoue, 木の上の軍隊, 오키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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